(화학평형 이야기)프리츠 하버의 질소 고정
화학평형에 대한 기본 이해
모든 화학 반응은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반응 혼합물의 조성이 최소 Gibbs 자유 에너지에 해당될 때까지 진행됩니다. 이러한 화학 반응은 평형 상수에 의해서 결정되며, 르 샤틀리에 법칙에 따라 온도에 영향을 받고 또한 압력 변화에도 대응합니다. 화학 반응이 향해 가는 동적 평형에 대한 이해는 필요한 새로운 물질을 만들거나 또는 추출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알아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화학 평형이 동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반응이 평형에 도달할 때 정반응과 역반응이 계속해서 일어나지만 반응물이 소모되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생성되기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결과로, 반응 혼합물의 조성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화학 반응은 동적 평형을 이루지만, 이러한 평형 상태를 변화시켜 인류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 중에 인류를 먹여 살려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 화학의 발견인 질소 고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인류 식량난을 해결하게 한 질소 고정 방법의 발견
우리의 주식량이 되는 곡물에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서 특히 질소의 경우는 결합이 매우 강하고 화학 반응성이 낮아서 식물 생장에 제한적 인자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곡류를 수확하기 위한 농업기술에는 한계가 존재하였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수에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한 토마스 맬서스는 1798년에 '인구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인류의 기근과 빈곤을 경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식량난에 대한 공포 속에 많은 화학자가 식물 생장을 가속화 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질소를 공급하기 위해 반응성이 큰 질산 화합물(암모니아)을 개발하여 비료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암모니아를 만들기 위해 칠레의 광석에 의존하였지만, 제한된 공급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질소는 공기 중에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성분입니다. 하지만 질소 원자 두 개의 삼중결합으로 매우 단단한 결합을 이루고 있어 암모니아를 합성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였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폭약 제조에 이용되는 질산 화합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때 까지만 하여도 채취한 광물의 공급에만 의존하고 있었고, 더 이상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대립하는 양쪽의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질소로부터 얻는 질소 고정 방법을 더욱 긴급히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독일의 화학자 Fritz Haber는 Carl Bosch와 공동으로 공기 질소를 수확하는 경제적인 방법을 발견하였고 대량생산 공정을 개발하여 농업과 무기 양쪽을 위한 풍부한 질산 자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버는 질산 화합물을 생성하는 데 이용된 반응이 완결되지 않고 반응물이 조금 소모된 후에 정지되는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반응물과 생성물이 화학 평형(chemical equilibrium)에 달하며, 반응 혼합물의 조성은 더 이상 변하지 않습니다. 질소와 수소를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 방법은 발열반응에 해당하는데, 르 샤틀리에 법칙에 따라 온도가 높일수록 역반응이 일어나 암모니아를 합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암모니아를 얻기 위해 온도를 낮추면 질소와 수소의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온도를 마냥 낮출 수도 없었습니다. 하버는 이 반응으로부터 화합물을 가장 많이 얻기 위하여 어떻게 반응이 진행되어야 할지, 반응의 조건을 어떻게 바꾸어야 수율이 개선되는가를 이해하여야 했습니다. 원하는 균형 조건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조합과 복잡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철 촉매를 사용하여 약 200기압, 4∽500도의 온도+압력+촉매 조건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프리츠 하버는 191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1차 세계대전에 폭탄과 독가스 등의 무기 개발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고, 전쟁 후 하버는 전쟁 범죄자로 지목되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서 자질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